함태영 목사의 요약 육필설교문(遺稿)을 보면서

함동진

창현 함태영 목사의 유일하다고 할 유물(遺物)인 육필 요약설교문의 뭉치를 헤쳐보면서 목이 울컥거리고 눈시울의 뜨거움을 진정시킬 여지가 없었다. 요약설교문의 용지가 고급스런 용지라던가, 노트라던가, 규격으로 절단된 용지가 아니었다. 용지마다 재질이 다르고 규격이 다르고 두께가 다른 것들이다.  지질 또한 대부분이 저질의 갱지 조각들이 주를 이루어 이미 산화현상이 일어나 만지면부스러질 정도이다. 구구각각의 조각용지들을 살펴보면 여기저기서 여백이 있는 종이 쪽지들을 버리지 않고 그때그때 사용했던 것이다. 이상과 같은 쪽지 종이 이외에도 카렌다 이면지, 연하장 이면지, 청첩장 이면지, 회계장부 여백지, 편지(서신)의 이면지나 여백지, 기타 양식(樣式,書式)지의 이면지 등도 있다. 이를 살펴 알 수 있는 것은 함태영 목사의 열악한 경제사정과 생활의 궁핍이 어떠하였던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요즘 같으면 폐지수집함에도 분리되지 못할 형편업는 종이조각들이다.) 생시에 그는 가산과 금전을 전도와 환원운동의 목표를 위하여 모두 드리고 헌신하였으며 본인을 위하여서는 얼마나  내핍생활을 하였나하는 것을 역역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기록된 육필 요약설교문을 정리하여 옮겨보고 싶으나 글씨가 번진 것, 휘발된 것들이며 이보다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작은 쪽지 안에 기록하다보니 깨알 같은 글씨와 고어체(古語體) 문구이다보니 해독되지 못하는 원인도 있고 또한 작성자 본인이 아니고서는 이해하지 못할 글자체와 요약문임이 원인이기도 하다. 유일하다시피 남겨진 유물임에도 정리정돈하여 남기지 못함이 자식된 도리를 못하는 것 같아 죄스럽기만하다. 기회 있는 대로 이를 CD판에 전자복사 입력하여 둘까하는 생각이다.

        "사람의 생각(生覺)으로 꾸며진 오산(誤算)은
         버릴 수도  변(變)할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창조(創造)하신 마음 깊이 새긴
         정(情)은 영원(永遠)히 변(變)치 못할
         자신(自身)의 꿈이 되리라"    
                                        -창현 함태영

위의 유훈적인 말씀은 창현 함태영 목사의 육필 요약설교문 쪽지들 중에서 발견된, 별도로 독립된 쪽지에 적혀진 육필의 훈구(訓句)이다.

2005. 7. 29.

깊은산골(장산)
함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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