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밀기04: 하나님의 교회의 역설2(고전 1:26-31)

예수님의 올바른 손 내밀기

고린도전서 1장 26-31절은 하나님의 교회의 구성원들인 그리스도인들의 역설을 말한다. 바울은 본문에서 하나님께 부름을 받은 고린도의 그리스도인들은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않다.”고 하였다(26절).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신다.”고 하였다(27-28절). 그 이유를 바울은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신 때문이다.”(29절)고 하였다. 또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님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셨다.”(30절)고 하였다. 그러므로 자랑할 것이 있다면, 세상적인 가치관이나 판단으로 하지 말고, “주 안에서 자랑하라”고 하였다.

“주 안에서 자랑하라”함은 주 안에서 낮아지고, 내려놓고, 비우고, 약해지고, 미련해져야 주 안에서 높아지고, 쥐어지고, 채워지고, 강해지고, 지혜로워지고, 의로워지고, 거룩해지고, 구원함에 이른다는 뜻일 수 있다.

좌측의 그림은 모든 것을 놓아버린, 그러나 팔을 벌려 하늘로 향한 예수님의 손 내밀기, 두 손 모아 무릎 꿇고 복을 비는 막달라 마리아와 요한의 부축을 받으며 두 손 모아 복을 비는 마리아의 손 내밀기, 약자를 부축한 요한의 손 내밀기,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을 보라.”며 예수님을 가리키는 세례 요한의 손 내밀기가 표현된 그림이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예수님은 힘이 없어 고개를 떨구셨고, 양팔 벌려 하늘을 향해 손을 펼치셨다. 무력해 보이지만, 세상 죄를 지신, 어린양으로 표현된 예수님, 무력해 보이지만, 주님 곁을 지킨 여인들, 무력해 보이지만, 마리아를 돕는 요한,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글씨부분)고 말하는 세례 요한, 이들은 올바른 손 내밀기의 주인공들이자, 최종 승리자들이다. 무력하고 미련하고 약한 것이 강함과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원함이 되는 원리, 이것이 하나님의 교회의 역설이다.

이브의 잘못된 손 내밀기

좌측의 그림은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채플 천정에 에덴동산을 그린 프레스코의 좌측 절반이다. 미켈란젤로가 이 그림에서 그린 선악과나무는 유대인들에게 지식의 나무로 알려진 무화과나무이다. 유대인들은 무화과나무를 토라의 상징으로 믿고 있어서, 예수님께서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책망하시고 말라죽게 하신 것은 선한 율법의 행위는 없고 위선과 허례허식이 가득하여 진실과 영성이 없는 유대인들을 질책하신 것이었다.

여기서 무화과나무가 선과 악을 알게 한다는 점은 무화과나무에 그런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명을 순종할 것이냐 혹은 불순종할 것이냐를 인간이 선택함으로써 선악이 결판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토라 그 자체에 신통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토라에 실린 계명들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서 선악이 갈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뱀이 내민 열매를 받기 위해서 이브가 손을 내민 것은 잘못된 손 내밀기였다. 그 열매를 먹어서가 아니라, 먹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는 이 잘못된 손 내밀기의 대가로 거부의 손짓과 두려움에 쌓여 웅크린 채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이 그림의 나머지 반쪽이 바로 그들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장면이다.

미켈란젤로는 뱀을 여성으로 그렸다. 무화과 열매의 성별을 여성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무화과의 집산지인 지중해에서는 수세기 동안 무화과를 여성으로 보았다고 한다. 김지하 시인의 <무화과>에 다음과 같은 시구가 있다.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이 시를 해설한 다음카페 두레박국어교실은 무화과나무의 잎을 남성으로, 무화과의 열매를 여성으로 설명하였다. 무화과 열매 속에 있는 내면의 꽃이 무화과의 여성성을 묘사한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도 아담을 무화과 나뭇잎에 밀착해서 그렸고, 이브는 뱀으로부터 무화과 열매를 받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모세의 올바른 손 내밀기

우리는 앞에서 무화과나무나 그 열매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손 내밀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뱀은 어떤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 속으로 파송하시면서 “뱀 같은 지혜를 가지라”(마 10:16)고 충고하셨던 적이 있다. 예수님은 대부분 뱀을 부정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이 말씀에서만큼은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 이처럼 뱀은 고대인들에게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다 가진 동물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민수기 21장 4-9절이다. 광야에서 히브리인들이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다가 뱀에 물려서 죽게 되었다. 그때 모세가 놋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았고, 뱀에게 물린 자들에게 놋뱀을 바라보게 하여 살려냈다. 이 놋뱀이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모형이었다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이다. 그림에서 모세는 생명을 살리는 놋뱀을 향해 손 내밀기를 하고 있다. 그의 손 내밀기는 어둠을 빛으로, 혼돈을 질서로,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는 살림의 행위였다.

놋뱀을 신통하게 여겼던 히브리인들처럼, 그리스인들도 뱀을 신통하게 여겼다. 예언의 신 아폴론이 뱀이 말아 올라간 화살 통을 지녔고, 아폴론의 아들로서 치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도 뱀이 말아 올라간 지팡이를 지녔다. 아폴론의 뱀은 인간에게 예언을 해주고, 그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의 뱀은 인간에게 병을 고쳐준 셈이었다.

이처럼 고대인들에게 뱀은 어둠과 빛, 죽음과 생명이란 양면을 가진 동물이었다. 이 점에서 뱀은 인간의 본능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본능도 어둠과 빛, 죽음과 생명의 양면을 지니기 때문이다. 십자가도 수치와 영광, 죽음과 생명, 징계와 용서, 정의와 사랑의 양면을 지닌다. 따라서 손 내밀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이 빛과 질서와 생명의 일이 되기도 하고, 어둠과 혼돈과 죽음의 일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