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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21 08:19
하나뿐인 복음18: 초등학문과 종 노릇(갈 4:8-11)
 글쓴이 : 조동호
조회 : 71  

하나뿐인 복음18: 초등학문과 종 노릇(갈 4:8-11)

 “하나님이 아닌 자들에게 종 노릇 하였다.”

앞부분에서 바울은 율법을 초등교사, 후견인, 청지기, 초등학문에 비유하면서 사람들이 율법에 종 노릇했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에 이어서 바울은 4장 8절에서 “그러나 너희가 그 때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여 본질상 하나님이 아닌 자들에게 종 노릇 하였다.”고 말하면서 율법뿐만 아니라 우상들한테도 종 노릇했다고 선언하였다. 8절에서 “하나님이 아닌 자들”은 문자적으로 “신들이 아닌 자들”이란 뜻이다.

그리스-로마사회의 문화와 관습은 신화에 기초한 종교와 철학에 깊은 관계가 있었다. 사람들은 3만이 넘는 신들을 받아들었고, 각 가정마다 수호신을 모셨으며, 도시마다 올림포스의 주신들을 위해 웅장한 신전들과 여타의 신들을 위해 사당들을 세웠고, 심지어 ‘알지 못하는 신’(Agnostos Theos)을 위한 제단을 만들었으며(Pausanias' Description of Greece in 6 vols, Loeb Classic Library, Vol I, Book I.1.4), 또 “자주 알지 못하는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였고(Pseudo-Lucian, Philopatris, 9.14), 아고라(광장 또는 시장)에 다양한 신상들을 세웠다. 또 신전들과 사당들에서는 매년 수차례씩 축제가 열렸다. 이들 축제들은 대개가 우상숭배와 음복과 음행이 수반되었으므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큰 시험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참이요 보이지 않는 세계는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플라톤의 이데아론, 금욕을 강조하는 스토아철학의 숙명론, 쾌락을 최고선으로 여긴 에피쿠로스철학에 영향을 받은 영지주의가 교회에 침투하여 사도들의 가르침과 권위에 도전하였다.

스토아철학은 자연을 세계의 정신으로 보는 범신론이자, 제우스까지도 운명에 지배된다고 믿었다. 자기부정의 금욕주의를 추구하면서, 유교의 칠정(七情)에서처럼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에 무감정 무관심할 것과 불교에서처럼 욕심을 버려야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에피쿠로스(주전 342-270년) 철학에서는 쾌락이 삶의 최고의 목표였다. 물론 좋은 의미의 쾌락을 말한다. 고통과 애욕과 공포에서 벗어나 평정지계를 누리는 가장 가치 있는 쾌락을 말한다. 에피쿠로스 철학은 영혼불멸을 부정하였고, 사후보응에 대해서도 부정하였다. 그러나 신의 존재는 인정하였다. 물질은 영원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신에 의해서 만물이 창조되었다는 생각을 부정하였고, 신의 통치와 섭리도 부정하였다.

“초등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노릇 하려 하느냐?”

에피쿠로스 철학은 근대 공리주의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공리주의는 쾌락의 양을 늘리고 고통을 줄이는 것이 선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공리주의는 고통을 줄이고 쾌락을 늘린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해 보이는데, 그것이 성공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쾌락지상주의, 실용실리주의로 흐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성공, 부, 쾌락이 절대가치가 될 때, 하나님의 뜻, 성경적 가치, 개인의 권리, 인권, 존엄성 등이 무시되는 큰 약점이 있다.

에피쿠로스 철학의 맥을 잇고 있는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사람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유지상주의를 펼쳤다. 개인이 타인의 행복, 즉 공동체를 위한 행복의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했다. ‘자기결정권,’ 곧 내 몸의 결정권은 내게 있으니, 내가 자살을 하든, 낙태를 하든, 마약을 하든, 매춘을 하든, 동성애를 하든, 장기를 떼어 팔든, 대리모를 사고팔든 상관하지 말라는 식이었다. 이런 주장은 낙오자를 보호하고 불평등을 해소할 모든 수단을 거부할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성서는 참 쾌락이란 하늘에만 있고, 부활 후 영생을 누릴 자들에게 주어진다고 가르친다. 또 고통과 고난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며, 장차올 영광에 비교될 수 없다고 가르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바울은 골로새서 2장 8절에서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다.”고 하였고, 또 디모데전서 4장 7절에서는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고 하였다.

바울은 4장에서만 “종 노릇”이란 말을 4번 사용하였다. 여기서 “종”은 노예를 말한다. 로마인들은 노예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는 자로 정의하였다. 노예들은 법적으로 사람이 아니었다. 복종이 강요된 주인의 재산이었다. 그들은 24시간 노동과 폭력과 성적학대에 시달렸다. 그들이 주인에게 받은 얼굴의 낙인과 등의 채찍자국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흔적이었다. 노예들에겐 그 어떤 도덕심도 수치심도 남겨지지 않았다. 남녀 주인들이 남녀노예들을 애어른 가리지 않고 성 노리개로 마음껏 농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 노릇”이란 그 주인이 우상이든, 돈이든, 명예이든, 권세이든, 무엇이든지간에 그 주인에게 철저히 복종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킨다.”

갈라디아서 4장 9-11절에서 바울은 “이제는 너희가 하나님을 알 뿐 아니라 더욱이 하나님이 아신 바 되었거늘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박한 초등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 노릇 하려 하느냐?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바울이 말하는 “초등학문”은 그리스도의 나라의 시민권자가 되고 하늘 가나안땅의 유업을 얻는 일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신화, 철학, 율법주의, 영지주의, 천사숭배와 점성술이 포함된다. 천사숭배는 어떤 천사들이 인간의 일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까지도 지배한다는 신앙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천사들을 달래고 회유하기 위해서 그들의 존재와 활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점성술숭배는 인간의 운명이 별들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믿는데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별점을 쳐주는 장사가 널리 유행하였다. 이 같은 것들은 태양빛 찬란한 세계를 전혀 모르는 동굴 속 세계에 국한된 지식, 겨울을 모르는 여름에 국한된 지식, 기름지고 맛난 음식을 모르는 거친 음식과 풀죽에 국한된 지식, 신세계를 모르는 기존세계에 국한된 학문을 말한다. 이 같은 것들은 예표, 모형, 그림자와 같아서 참된 것, 실체가 드러날 때에는 옛 것이 되고 만다. 그 이유는 아이가 장성한 후에는 초등교사의 역할이 멈추고, 해가 뜬 낮에는 달이 빛을 잃듯이, 또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풀죽을 먹지 않듯이, 믿음이 온 후에는 율법의 사명이 끝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또 신화, 철학, 율법주의, 영지주의 등은 초등교사(몽학선생)와 같은 것이어서 참 실체로 드러난 복음의 그림자와 같은 것들이었다. 참 실체가 나타난 때에는 그림자나 모형의 사명이 끝나므로 옛것이 되고 만다. 참이요 실체인 새것이 나왔는데도 흠 있고 문제 많은 옛것을 고집하며 새것을 거부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을 것이다. 바울은 갈라디아 사람들이 그리스도교의 참된 진리를 떠나서 “다시 약하고 천박한 초등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 노릇 하려” 하자 그들을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하여 심히 걱정하였다.

바울은 “종 노릇”의 반대 개념인 “왕 노릇”을 총 6번 정도 사용하였는데, 대개는 그리스도인들의 최후승리와 관련하여 사용하였다. 특히 로마서 5장 17절에서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 안에서 왕 노릇하리로다.”고 하였고, 21절에서는 “은혜도 또한 의로 말미암아 왕 노릇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생에 이르게 하려 함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