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계시록과 초기 그리스도교 예전
조동호(그리스도의 교회 연구소)
고신대학교 송영목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신약성경 중에서 요한계시록은 아마도 히브리서를 제외하면 가장 예전적인 책일 것이다. 이 사실은 계시록이 종종 구약의 성전을
언급하고(11:1,2,19; 14:15,17; 15:5; 16:17), 언약궤(11:19), 제단(6:9), 메노라(1:12,20),
향(5:8; 18:13), 연기(18:9,18), 나팔(8:2), 대접(16:1), 24장로(4:10; 5:14) 등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 ‘어린 양'(5:6,7,8), ‘거문고'(5:8; 14:4; 15:2-3), 그리고 ‘세마포'(15:6; 19:8,14)와 같은 용어는
문맥에 따라서 예전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초대교회 예배', 송영목(고신대 신학과 교수)]
계시록에 나타난 천상의 예배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가 드린 지상의 예배와 밀접히 연관되어있다. 계시록은 초기 그리스도교 예전(예배의식)을 예배의 원형(antitype)과 실체(entity)인 천상예배라는 관점에서 반영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주의 날(1:10)에 큰 목자(High Priest)이신 ‘인자 같으신 이’의 입장과 인사 및
영광송(1장)으로 시작해서 죄에 대한 점검(2-3장), 천상의 네 생물(케루빔)과 24장로들과 천군천사들의 찬양(4-5장), 두루마리 책의
받듦과 펼침(5-6장), 천상의 성도들의 찬양(7장), 권면과 회개촉구(8-13장), 천상의 성도들의 찬양(14:1-15:5), 강도 높은
권면과 회개촉구(15-18장), 주의 만찬 곧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참여할 자격자들의 행렬(19장), 주의 만찬 설교(20-22장), 주의
만찬에로의 초대(‘마라나타’; 22:17-20) 그리고 축도(22:21)로 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천상의 예배에서의 특징들 가운데에는 예배를 받으시는 보좌(법궤)에 앉으신 이와 어린양 그리고 네 생물과 24장 장로 및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 찬양하는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선 천상의 성전에는 성소와 지성소를 나누는 담(휘장)이 없다(참고: 히 10:19-20; 4:16).
또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에는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와 및 어린 양이 그 성전”(21:22)이기 때문에 성막이나 성전이 필요 없고,
예루살렘 성전에서와 같은 민족색깔(민족의 담: 미문), 성별계급(성별의 담: 니카르노 문, 신분의 담(제사장의 뜰) 및 계급의 담:
지성소휘장), 빈부귀천의 담(문)이 없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에서는 하나님과 어린 양이 사람과 함께 살기 때문에(22:3) 심지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담이 없다. 이것이 참 교회의 본질이다.
신약성경에는 꽤 많은 기도문과 찬양이 담겨 있다. [참고: 조동호, <성만찬 예배>(은혜출판사, 1995: 55-62)]. 그
가운데 아람어로 보존된 ‘마라나타’는 주의 만찬에로의 초대 때 외친 주님의 재림을 기원하는 기도문이었다. 이 기도문이 요한계시록에서는 헬라어로
번역되어 나타났고, 고린도교회에서는 아람어 그대로 나타났다. ‘마라나타’는 주의 만찬에서 주님의 재림을 기원함으로써 주의 만찬을 통해서
미래종말의 그리스도의 재림을 미리 앞당겨 그의 임재를 미리 맛보는 표지로서 설명될 수 있다. 요한계시록은 은총과 평화를 비는
인사말(1:5-6)에서부터 ‘마라나타’로 끝맺는 기도와 마지막 축사(22:20-21)에 이르기까지 초대교회의 예배의 관례를 암시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계시록보다는 40여년 먼저 기록된 고린도전서 16장 20-24절에 나타난 평화의 입맞춤과 마라나타 그리고 축도로 구성된
마지막 인사말은 초대교회의 주의 만찬 예배의 일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고린도전서 16장 20-24절은 다른 증거들과 함께
초대교회의 예배를 재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주의 만찬 제정사와 관련된 몇 개의 성구들은 ‘성찬 봉헌’, ‘주의 만찬 기도’,
‘분병례’, 간단한 ‘주의 만찬 설교’ 그리고 ‘성찬배수’로 이어지는 예배를 짐작케 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성구들은 고린도전서 11장
23-24절, 누가복음 22장 19절과 24장 30절, 마가복음 14장 22절, 그리고 마태복음 26장 26절로써 한결같이 “떡을
가지사(봉헌), 축사하시고(주의 만찬 기도), 떼어(분병례), 주시며(성찬배수/聖餐拜受), 가라사대(교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약성경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증언들을 종합해서 예배순서를 재구성해 볼 경우, 예배는 제1부 말씀 예배와 제2부 주의 만찬 예배로
나뉜다. 먼저 말씀의 예배는 (1)성경봉독(바울 서신의 봉독), (2)집례자의 설교, (3)기도, (4)찬송시(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화답/엡 5:16; 골 3:16; 고전 14:26)로 구성될 수 있다. 주의 만찬 예배는 (1)봉헌(“떡을 가지사”), (2)주의 만찬
설교(“가라사대”), (3)주의 만찬 기도(“축사하시고”, 고전 10:16), (4)주의 기도(마 6:9-13), (5)인사와 평화의
입맞춤(고전 16:20-24), (6)주의 만찬에의 초대(고전 16:22: “만일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거든 저주를 받을지어다.
마라나타.” 이 구절은 주후 100년경에 쓰인 <디다케> 10장에 나온 “사람아, 만일 거룩하면 오라. 거룩하지 않으면 회개하라.
마라나타. 아멘”과 거의 비슷하다). (7)분병례와 참여(“떼어 주시며”), (8)헌금, (9)축도(고전 16:23-24: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와 함께... 할지어다. 아멘.”)로 구성될 수 있다.
고린도전서 16장 22절에는 ‘마라나타’(Μαρανα θα/ ) 라는 아람어 기도문이 보존되어 있다. 계시록 22장
20절에는 이 아람어 ‘마라나타’가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로 헬라어로 번역되어 있다. <디다케>(10:6)에 따르면, 이 말은 주의
만찬예식 마지막에 드려지던 기도문이었다. 이 기도문이 헬라어로 번역되지 않고 아람어로 그대로 고린도교회에 전승되었다는 점과 90년경에 기록된
<디다케> 역시 아람어 전승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은 주의 만찬 예배의 예루살렘 기원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 ‘마라나타’는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에 대해서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만찬제정사와도 연관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 [고전 11:23-25]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로빈슨(J.A.T. Robinson), 리츠만(H. Lietzmann), 그리고 보른캄(G. Bornkamm)과 같은
학자들은 이것들이 “최초의 그리스도교 예배순서의 흔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로버트 웨버(Robert E. Webber)도 자신의
<예배학>(Worship: Old and New) 57쪽에서 “고린도전서 16:20-24는 ‘서신의 결미를 장식하는 상투적인 용법일
뿐 아니라, 한 예배 공동체가 다른 예배 공동체에 보내는 인사, 즉 성찬을 들기 위해 모인 성도들 간의 대화’이다.”고 했고, 또 “‘그 기원이
바울 이전인, 최초의 기독교 예배의 순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초기 신약교회의 예배의 기본 구조는 말씀과 주의 만찬에 강조점을 두고 이에
기도와 찬송이 수반되는 2부 구조이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하였다.그러므로 계시록은 초기 그리스도교 예전을 예배의 원형(antitype)과 실체(entity)인 천상예배라는 관점에서 반영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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