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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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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댓글 0 조회 8,425 2009.01.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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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김질◀
금년은 기축년 소띠 해이다. 소는 되새김질 과정에서 하루 200L의 메탄가스를 방출한다고 한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이 지구온실효과를 높이는 가스방출 총량의 18%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 기차, 비행기, 배가 배출하는 일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온실효과보다 5%나 더 많은 양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호주에서는 메탄가스의 방출량이 거의 없는 캥거루 고기를 먹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되새김질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반성과 회개의 의미를 갖고 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반복과 되풀이의 의미를 갖고 있다. 반성과 회개의 의미를 갖는 되새김질은 과거에 매이지 않고 새 출발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일이다. 유대인들은 새해 첫날부터 열흘 동안 철저히 지난해의 잘못을 회개하여 죄를 씻고, 용서받고 혹은 용서해주고 새 출발한다고 한다. 그들은 생명책의 주위를 돌면서 새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잘못들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반복과 되풀이의 의미를 갖는 되새김질은 삶에 해로운 가스의 양만 높일 뿐이다. 과거의 잘못된 습관을 버린 후에 닫아버리지 못하는 되새김질 인생은 삶에 해로운 가스만 배출할 뿐이지 유익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된 삶을 철저히 반성하고 회개한다면, 되새김질이 소를 살찌우게 하듯이, 올해에는 풍성한 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썩어질 구습을 좇는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과거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자. 그리고 새 출발에 걸맞은 새 사람을 입자.
퐁테느의 「우화(寓話)」에 보면, 쥐란 놈이 소에게 가서 지는 쪽이 뺨을 맞기로 하고 겨루기를 청한다. 빨리 달리기에서 소가 지고서 한 대 얻어맞고, 꾀를 겨루기에서 소가 져서 두 대를 얻어맞고, 새끼 낳기에서 소가 져서 세 대를 얻어맞는다는 이야기이다. 소같이 우둔한 내가 쥐같이 꾀 많은 사람들에게 당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그러나 우보천리란 말에서 보듯이 소걸음은 천리를 간다. 조선일보에 실린 한삼희 논설위원의 만물상을 보니까 덩치가 큰 코끼리는 심장박동수가 적고, 덩치가 작은 쥐는 심장박동수가 많다고 한다. 쥐나 코끼리나 일생동안 심장이 20억 번쯤 뛰는 것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는 100년 가까이 살고 쥐는 2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반성과 회개의 의미를 갖는 되새김질의 소걸음이 천리를 간다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조선 선조(宣祖) 때 재상(宰相)을 지낸 정탁(鄭琢/1526-1605)이 젊어서 벼슬을 얻게 되어 스승인 조식(曹植)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조식은 정탁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집에 소 한 마리가 있는데 갈 때 끌고 가게나.” 스승의 집에 소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던 정탁이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조식이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언어와 의기에 너무 민첩하고 날카로워 날랜 말(馬)과 같아서 하는 말일세. 말은 넘어지기 쉬운 동물이라 더디고 착실한 것을 참작해야 비로소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므로, 자네에게 내 소를 끌고 가라 한 것이네.” 조식이 정탁에게 준 것은 ‘마음의 소’였던 것이다. 그 후 정탁은 이 마음의 소를 항상 끌고 다니며 처세하였기 때문에 정승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면서 자녀들에게 이 마음의 소를 자자손손 대물림하도록 유언했다고 한다. 금년에는 소처럼 만사를 차분히 반추하는 여유와 신중함을 위해서 마음의 소를 한 마리씩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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