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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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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S
댓글 0 조회 8,480 2009.07.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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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위험▣

오만은 사람을 파멸의 구덩이로 몰아갈 가공할 내면의 적이다. 토인비는 지구상에서 한 때 찬란한 꽃을 피웠지만, 시들고 멸망해 버린 21개의 문명들을 연구한 끝에 결론내리기를, 21개의 문명들 가운데 19개 문명이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곧 내적인 문제로 말미암아 멸망했다고 하였다. 이 ‘내부의 적’이 바로 ‘오만’이다. 토인비는 ‘오만’을 ‘자기우상’이란 말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인간의 문명이 쇠퇴되고 해체되는 것을 토인비는 ‘네메시스’ 곧 ‘응보’라고 불렀다.

진위여부를 떠나서 대천사장 루시퍼가 교만에 빠져서 마귀가 되었다는 설은 굉장한 의미를 그 속에 담고 있다. 교만에 빠지면 가장 아름다웠던 것이 가장 추악한 것이 될 수 있고, 교만에 빠지면 가장 선했던 것이 가장 악한 것이 될 수 있고, 교만에 빠지면 가장 건설적이었던 것이 가장 파괴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헤라클레스는 그에게 부과된 운명을 극복한 영웅들 중에 영웅이었지만, 신 앞에서 끝까지 겸손하였기 때문에 신들로부터 대대적인 영접을 받고 보상도 받지만, 벨레로폰이란 용사는 처음 신앙심 깊은 행동으로 큰 복을 받지만, 큰 복을 담을만한 그릇이 못되었던지, 오만이란 병이 도졌고, 신성을 참칭하려다가 병신이 되고 말았다.

벨레로폰은 인간을 괴롭히는 ‘키마이’라는 괴물을 물리친 용사였다. 그가 이 괴물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신이 그에게 페가수스라는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를 부릴 수 있는 황금고삐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황금고삐는 벨레로폰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재능이 때로는 큰 업적을 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잘난 척의 문제점, 곧 오만의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오만’(Hybris)이란 이름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조금씩은 앓고 있다. 문제는 그 병을 다스리지 못하는데 있다. 벨레로폰도 마음에 도진 이 고질병을 다스리지 못하였다.

오만이란 자기우상화는 업보가 따르게 되어 있다. 벨레로폰은 괴물을 물리치고 나서 페가수스를 타고 신들의 궁전을 향해서 오르고 또 올랐다. 제우스가 하늘궁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벨레로폰이 하는 짓이 우습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다. 그래서 벼락을 던져 태워버릴까 하다가 생각을 바꿔서 말의 몸에 강력한 등에 한 마리를 만들어 페가수스의 꼬리 밑에 붙어서 피를 빨게 하였다. 그러자 페가수스는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쳤고, 그 바람에 벨레로폰이 천마의 등에서 튕겨 나와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날개 달린 페가수스가 몸을 날려 벨레로폰을 받아 줄만도 했지만, 신의 노여움을 산 자에게 자비를 베풀 수가 없었다. 결국 벨레로폰은 ‘방황의 들’에 떨어졌다. 높이 오른 만큼 추락의 충격도 컸다. 다행히 갈대가 우거진 늪에 떨어졌기 때문에 목숨만은 건졌다. 하지만 그는 절름발이가 되었고, 갈대에 눈을 찔려 장님까지 되었다. 그 후로 그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길만 골라 세상을 방황하다가 쓸쓸하게 죽었다. 재능이란 날개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요 축복일 수 있지만, 자기우상화에 빠진 자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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