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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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푸는 행복
톨스토이의 민화 가운데 [두 노인]이란 것이 있다. 두 노인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한 노인은 ‘에핌’이라 불리는 부자 농부였고, 다른 노인은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리는 ‘예리세이’(엘리야)였다.
부자 예핌은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고, 욕도 하지 않았으며, 정직하고 깨끗한 성품의 사람이었고, 엄격하고 야무진 성격의 사람이었다. 건강했을 뿐 아니라, 자녀손도 많았지만, 그의 가정에 참 행복은 없었다. 예리세이는 비록 살림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성품이 착하고 명랑하였으며, 술과 담배도 하고, 노래도 즐겼다.
여행 중에 예핌은 집안의 일들을 부인과 자녀들이 잘 처리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예리세이는 길을 떠나는 순간 집안의 일을 깡그리 잊었다. 다만 여행 중에 친구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과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행동하며,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안전하게 집에 돌아갈 것만을 생각하였다.
두 노인이 한 달을 넘게 걸어서 도착한 곳은 터키의 소아시아였다. 그곳을 지나 이스탄불로 향하던 길에 심한 흉년으로 고통을 겪는 고장을 지나게 되었다. 목이 탔던 예리세이는 물을 마시려고 농가를 찾아 나섰고, 예핌은 동행을 하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예리세이가 한 농가에 들어섰을 때, 집안에서 악취가 진동하였고, 식구들이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흉년에 전염병까지 돌았던 것이다. 예리세이는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즉시로 마른 빵을 꺼내서 그들에게 나눠줬고, 물을 길어다가 그들의 목을 축었다. 상황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예리세이는 예핌을 뒤좇아가야한다는 생각도 잊은 채, 그들에게 급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상점에 가서 먹을 것을 사오고 장작을 쪼개서 불을 지핀 후에 수프와 보리죽을 끊여 먹었다. 그들에게 닥친 불행을 알게 된 예리세이는 그들을 죽게 버려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흘간을 그들과 함께 보냈고, 다섯째 날에 고민 끝에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쌈짓돈을 털어 저당 잡힌 밭을 되찾고, 말과 수레와 밀가루 포대를 사서 그들에게 준 후에 모두가 잠든 밤에 몰래 집을 빠져나와 길을 재촉하였다. 먼 길을 가지 않아서 예리세이는 돈이 바닥난 것을 알았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었는지, 발걸음이 가볍고 훨훨 날듯하였다.
한편 예핌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그토록 원했던 성지 곳곳을 순례하였다. 그러나 마음은 늘 불안하였다. 그런데 예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주님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거나 혹은 주님 곁에서 함빡 빛을 받으며 서 있는 예리세이였다. 그 때마다 자기 눈을 의심하면서 그를 만나려고 했지만, 예핌은 예리세이를 만날 수가 없었다.
예핌은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예리세이와 헤어졌던 마을에 당도하였고, 그곳에서 천사의 일을 행한 어떤 순례자의 도움을 받아 목숨과 신앙을 되찾고, 순례자들을 후히 대접하고 있는 가족을 만났다. 그로써 예핌은 예리세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몸으로는 자신이 성지에 다녀왔지만, 영혼으로는 예리세이가 성지에 있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그가 성지에서 수차례 본 예리세이는 그의 몸이 아니라 영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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